사각형 안마당을 하나로 연결된 한옥이 둘러싸고 있는 모습은 전형적인 한국 옛집의 이미지다. 현실은 종종 인식을 배신한다. ㅁ자 한옥은 조선 중기 이후에 양반가를 비롯한 일부에서만 드러날 뿐이다. 조선 전기까지 한옥은 일자나 ㄱ자가 대부분이었다. 건물이 둘러싼 한옥 마당의 이미지는 조선 멸망 후 서울 사대문 안에 생긴 보급형 한옥들에서 강조된다. 수완 좋은 장사꾼들이 몰락한 양반가의 집을 10~20평 크기의 땅으로 잘게 쪼개 ㄱ자나 ㄷ자 집을 지어 일반인들에게 분양했다. 앞뒤 집이 붙어 있으니 마당은 자연스레 건물로 둘러싸인 모습을 갖는다. 지금 서울 북촌에서 작은 한옥들이 이루는 풍경이다. 보편적인 양식이 아니었다 할지라도 조선 말기에 ㅁ자 집의 이미지가 유행했던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우선 양반집의 이미지를 가져올 수 있었다. ㅁ자 구조의 노출된 부엌은 도시형 삶과 어울리기도 했다. 문간방에 세를 주기도 좋았다. 외부와 분리되어 최소한의 프라이버시 유지에도 도움이 됐다.
지붕이 하나로 연결된 ㅁ자 한옥은 조선 중기 경상도 일대에서 가장 먼저 시작됐던 것 같다. 비슷한 시기 중국에서도 건물 네 개가 마당을 둘러싸는 사합원 양식이 유행했다. 권위가 느껴지고 추운 겨울에 바람을 막아주는 구조였다. 유사한 환경적 요인이 있었을 것이다. 유행이 전파되는 이유는 단순하다. 어쩌다 보니 괜찮은 케이스가 나왔는데 누가 봐도 근사해 보이면 바로 복제된다. 전국에 ㅁ자 형태를 취하는 건물이 지어졌다. 그 중 멋진 것 하나를 꼽자면 내소사 요사채다. 시기상으로 양반가 ㅁ자 집이 사찰로 전파되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출입 금지 구역이라 몰래 두 번 들어가 봤던 기억만 있다.
ㅁ자 한옥을 보려면 역시 경주 양동마을에 가야 한다. 듬성듬성 떨어져 있는 다른 고택과는 달리 많은 것이 한 군데 모여 있어 보기도 편하고 그 집합의 모습에서 진정한 한옥의 매력이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양동마을의 근사한 한옥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이 16세기의 관가정과 향단이다. 관가정이 몇십 년 앞서 지어졌다. 사실 ㅁ자 집은 세계 이곳저곳에 지어졌다. 로마의 도무스 Domus 나 아랍 세계의 리아드 Riad 주택 양식에서 이미 구현된 것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서 탄생한 ㅁ자 한옥은 독보적이다. 무엇보다 마당을 둘러싼 공간 구조는 집요할 정도로 대칭을 거부한다. 집 전체로 보면 반듯한 사각형인데 세부 평면은 자유로운 구성회화처럼 변주된다. 마치 중국의 궁궐 형식을 가져와 경복궁을 지었다가 너무 딱딱한 대칭구조가 맘에 들지 않아 대칭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창덕궁을 얼른 추가로 지은 후 거기에서 내내 살았던 조선 왕들의 마음을 보는듯 하다.
관가정은 양동마을 내에서 비교적 정갈한 편이다. 평면도의 윤곽이나 지붕 모습을 보면 엄격한 대칭구조의 집처럼 보인다. 하지만 들어가 보면 막상 대칭인 부분이 거의 없다. 집의 모양에 삶을 맞추는 게 아니라 삶의 의도에 맞춰 평면을 짰다. 이후에 지어진 향단은 다른 방식을 취한다. 외관도 내부도 훨씬 더 자유로운 형태를 갖는다.
예전에는 향단이 훨씬 좋았는데 지금은 단순하면서도 깊어 보이는 관가정에 마음이 더 끌린다. 외모나 체력이 쇠락해가고 있는 시기여서...
Read moreThis is one of the finest house located in Yangfong Hanokk Village. As a house of Joongdon Sohn, this house was found in early Joseon Dynasty with an aim to create a Neoconfucian Scholar's House. The house is simple and rational in plan, but its spatial quality is dynamic and diverse explaining what a pinnnacle of Neoconfucian residence could be in Yangdong. Along with Hyangfan and Seobaekdang, this house is a must see. Unfortunately Hyangdan is no linger open to public....
Read more경주시스탬프 투어 일정에 있어 어쩔수 없이갔었다. 경주 외곽이라 여행일정에 넣기엔 거리가 있어 두번갈 수 있는 거리는 아닌것같다. 마을을 둘러보는데 비싼 입장료를 내야하고, 마을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어 고택을 쉽게 둘러볼 수도 없다. 언덕배기 위에 올라가 전망으로 보는게 다였고, 관리를 안하는지 날파리 벌레떼가 많아 별루였다. 그냥 동네한바퀴 보는데 돈주고 보는거였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고, 비싼입장료를 받는만큼 좀 더 관리가 필요할것 같다. 그리고 경주시에서 스탬프투어에 양동마을을 넣어둔거 자체가 이해가 안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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