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싸서 자주 못 먹으니 그렇지 레드 와인 안주로 소고기만큼 잘 어울리고 또 실패하지 않는 게 없다. 특히 마블링이 많은 한우라면 더욱 훌륭한 마리아주를 선사한다.

레드 와인이 마시고 싶었던 어느 날, 안주는 자연스레 한우로 정해졌고 어디서 먹을지가 고민이었다. 가급적 콜키지가 되는 곳 위주로 찾아보다가 마장동에 가게 됐다.

한우의 메카인 마장동은 첫 방문이라 고기 전문가인 현주엽 감독의 유튜브에 소개된 정육 식당을 찾았다. 축산시장 초입에 위치해 있으며 서문 공영주차장 코앞이다.

정육 식당이니 당연히 자체 고기를 판매하는데 외부에서 구매한 고기는 반입이 불가해 초장집은 아니다. 태원한우라고 연계돼 있는 한 정육점만 예외로 받아준단다.

투플 한우만 취급하고 있고 가격이 저렴한 데다 번거롭게 고기 사들고 이동할 필요가 없어 마음에 들었다. 더구나 콜키지도 되고 와인, 양주도 엄청 많이 구비돼 있다.

진열장엔 부위별로 다양한 한우가 있었는데 원하는 부위가 없을 경우 즉석에서 정형해 줘 선택지가 무궁무진하다. 웻 에이징한 것도 있었으나 일단 꽃등심으로 갔다.

꽃등심은 대략 3cm 두께로 두툼하게 썰어 나왔고 그램 수는 700g에서 800g 사이였던 걸로 기억한다. 가격은 10만 원 살짝 넘어 100g당 1만 원 초반대인 셈이다.

꽃등심의 경우 크게 알등심과 등심덧살 그리고 새우살 세 부분으로 나뉜다. 이날 받은 꽃등심은 새우살만 분리돼 있어 제일 고급인 새우살을 제일 먼저 구워 먹었다.

새우살을 굽는 동안 서비스로 육회 한 접시가 나왔는데 다른 데서 파는 것 못지않게 선도가 좋았다. 간이 너무 달지 않고 절묘하여 살살 녹는 고기와 참 잘 어우러졌다.

새우살은 마블링이 많기에 시어링 후 잠깐의 레스팅을 거쳐 바로 입안에 넣었다. 두꺼워서인지 식감은 쫄깃함을 넘어 끈끈했고 진한 감칠맛과 고소함의 여운이 길었다.

이어서 알등심을 불판에 올렸고 등심덧살은 분리되지 않은 채 알등심에 조금 붙어있었다. 등심덧살에는 마블링이 적다 보니 조금 붙어있는 게 오히려 나쁘지 않았다.

새송이버섯도 불판에 올려 구웠는데 통으로 구워 잘랐더니 수분이 제대로 고여 씹었을 때 즙이 쫙 터져 나왔다. 풍성한 식감까지 더해져 결국 나중에 하나 추가했다.

알등심은 강한 시어링과 긴 레스팅을 거쳐 구웠고 마지막에 단면만 살짝 구운 뒤 바로 맛봤다. 지방과 살코기가 고루 섞인 부위라 부드러움과 적당한 씹힘이 공존했다.

꽃등심 다음으론 개인적으로 가장 선호하는 부위이자 한우 특수부위 중 가장 고급인 안창살과 토시살로 넘어갔다. 반반씩 섞어 부탁드렸고 가격은 꽃등심과 비슷했다.

안창살은 따로 양념이 안 돼 있고 숙성도 거치지 않아 되게 담백했으며 특유의 진한 육향과 쫄깃쫄깃한 식감을 한껏 뽐냈다. 대충 구웠는데도 육즙이 잘 갇혀있었다.

토시살 역시 육향이 매우 뛰어났는데 안창살과 비교했을 때 쫄깃한 식감은 좀 덜했고 부드러움은 훨씬 좋았다. 결대로 씹히는 맛이 매력 포인트로 이날 베스트였다.

와인이 있어도 더 이상 안 들어갈 만큼 한우로 배가 가득 차 마무리론 느끼함을 씻어줄 된장찌개를 주문했다. 솔직히 식사류인 큰 기대 안 했으나 된장찌개 맛집이었다.

맛있는 된장찌개 핵심은 된장도 맞지만 일단 고기가 많이 들어가면 절대 실패 없다. 한우가 숭덩숭덩 들어가 깊고 진한 국물이 진국이었으며 칼칼함도 빠지지 않았다.

PS. 콜키지 병당 2만 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