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RYU YOON : Do Wetlands Scare You? 08. 23 ~ 2024. 10. 05
파운드리 서울은 2024년 8월 23일부터 10월 5일까지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작가 윤미류의 개인전 Do Wetlands Scare You? 를 선보인다. 인물이 그를 둘러싼 공간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독특한 인상과 추상적 감각을 회화적 언어로 탐구하는 윤미류는 이번 전시에서 늪을 배경으로 한 신작 33점을 소개한다.
‘땅바닥이 우묵하게 뭉텅 빠지고 늘 물이 괴어 있는 곳’. 늪은 다양한 동식물의 서식지로 자연에 없어서는 안 될 생명력의 상징과 같은 곳이다. 하지만 동시에 점토와 침수 식물이 뒤엉킨 늪은 한 번 빠지면 성인 한 명쯤은 순식간에 잠겨 헤어 나오기 힘든 특성이 있어 인간에게는 두려움과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다. 윤미류는 이번 전시에서 늪을 상징적인 공간으로 삼아 자신의 회화적 실험을 이어간다.
윤미류의 그림은 인물과 상황이 있어 구상 회화, 인물화로 분류할 수 있다. 하지만 실상 작가가 목표하는 바는 전통적인 초상화와 같이 대상에 대한 구체적인 묘사가 아니라, 인물이 환경과 상호작용하며 만드는 독특한 조형성과 추상적인 감각을 포착하고 이를 회화적 언어로 실험하는 것이다. 따라서 윤미류의 작품 속 인물들은 연속적인 내러티브를 이끌어가는 주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작가가 포착하고 탐구하고자 하는 감각을 드러내 보이는 매개체이며, 보는 이의 상상 속에서 무한히 확장될 새로운 서사의 단초를 제시하는 중간자이다.
이러한 작업을 위해 윤미류는 독특한 과정을 수행한다. 작가는 동료, 친구, 동생 등 가까운 지인을 작품의 등장인물로 섭외하여 치밀하게 연출한 상황 속에서 움직이게 한다. 이때 드러내고자 하는 감각을 극대화하기 위해 색이나 물성을 세심하게 고려하여 배경, 사물, 의복, 도구를 선택한다. 이후 작가는 연출된 장면을 아이폰의 라이브 포토(Live Photo) 기능을 사용하여 이미지로 변환한다. 라이브 포토는 촬영한 순간의 1.5초 전후 상황을 함께 기록하는데, 이 과정에서 익숙한 대상과 낯선 감각이 뒤섞인 이미지는 철저히 연출된 장면과 빛, 온도, 순간적인 표정과 움직임 등의 우연적인 요소를 결합한다. 작가는 이렇게 찰나에 포착되어 이미지로 변환된 추상적인 감각을 회화적 언어로 번역한다. 결과적으로 윤미류의 캔버스는 감각의 집합체로서 하나의 환영이 되며, 캔버스 속 인물은 자신을 둘러싼 다른 피사체들과 상호작용하며 새로운 감각을 탄생시키고 관객을 확장된 경험으로 끌어당기는 매개체가 된다.
이번 전시에서 윤미류는 유혹적이거나 파괴적인 힘을 가진 늪에 사는 여성들에 주목한다. 울창한 밀림과 바닥을 가늠할 수 없는 습지가 만드는 스산하고 음울한 분위기를 가진 늪은 다양한 설화와 신화의 배경이 되어왔다. 그리고 그곳에서는 인간을 위협하는 정령이나 요정 혹은 괴물이나 귀신이 자주 등장한다. 지역이나 문화에 따라 그 형태와 성격이 다양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독특한 모습의 영적 존재로 물가에 남아 인간을 물속으로 끌어들여 죽음으로 몰아넣는 존재로 묘사된다.
털이 온몸을 뒤덮은 노파로 등장하기도 하고, 반짝이는 눈과 초록색의 긴 머리, 미끄러운 몸을 가진 여성으로 묘사되기도 하는 슬라브 신화 속 루살카(Rusalka)는 남성들을 유혹하여 물가에서 죽을 때까지 함께 춤을 추거나 그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이고 간지럼을 태워 익사시킨다. 길고 흐르는 머리를 가진 아름다운 모습을 한 핀란드 신화 속 낵키(Näkki)는 자신의 모습을 자유자재로 변형시킬 수 있어 해가 질 무렵에는 비늘과 튀어나온 눈, 날카로운 이빨을 가진 괴물로 변신해 아이들을 물속으로 끌어들여 익사시킨다. 이들은 전해지는 다양한 이야기 속에서 진화하며 사람들에게 불안과 두려움을 심어주었고 동시에 사람들을 위험으로부터 보호하는 상징적인 존재가 되기도 했다.
윤미류는 이러한 존재들을 이유 없이 인간을 해치는 사악한 영혼 혹은 무자비하고 난폭한 마녀로 보기보다는 다층적인 맥락을 함께 탐구하며 그들이 갖고 있는 힘과 미스터리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작가는 늪을 배경으로 세 명의 여성과 함께 새로운 신화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한다. 물속에서 한 여성은 다른 여성을 불러낸다. 그들은 관객을 혹은 서로를 응시하며 메시지를 속삭이고, 함께 손을 맞잡으며 부둥켜안는다. 관객을 압도하는 거대한 캔버스 속에서 그들의 움직임은 일렁이는 물결을 일으키며 보는 이를 환영 속으로 끌어당긴다. 하지만 이 이야기의 결말은 죽음이 아니다. 시선을 사로잡는 캔버스 속 여성들은 더 이상 루살카도 낵키도 아니다. 이들은 지금, 우리와 함께 존재하며 매 순간 온몸을 이용해 새로운 감각을 탄생시킨다. 묵직한 붓질로 켜켜이 쌓아 올려진 윤미류의 화면 속에서 이들은 관객들이 상상할 수 있는 새로운 서사를 향해 매력적인 단서를 제시하며 끊임없이 생명의 불씨를 일으킨다.
장점 : 한남동엔 좋은 갤러리가 많아서 좋다.
단점 : 구찌 식당만 가지 말고... 이런...
Read more갤러리 앞에 주차가 되어있어서 여기가 맞는지 헷갈렸어요. 갤러리 내부 구조도 복잡한 편이에요. 그렇지만 2개의 전시는 재밌게 봤어요.
Miranda Forrester 흑인 퀴어 여성 작가래요. 저는 퀴어에 대해 모르지만, 작품 감상에 어려움은 없었어요. 인물들의 얼굴이 그려지지 않아 상상력이 더 자극되더라구요. 여성들이 모여서 서로 편안하게 있는 모습이 보기 좋았어요. 전시 공간에 배치된 식물들도 좋았어요.
한정은(Jeongeun Han) 전시 설명을 보고서 성스러운 느낌의 작품들일거라고 생각 못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좋았어요. 어두운 공간에서 전시가 이루어지고 있어서 작품에 집중하기 좋았어요. 아, 외부와 커튼으로만 분리되어 있어서 외부 소음이 들어와 시끄러웠어요. 커튼 바로 뒤가 건물 엘레베이터였는데, 다른 층 사람들이 떠드는 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렸어요. 좋은 작품들인데...
Read more이태원 구찌/ 구찌 오스테리아 빌딩 지하 1-2층 1층이 파운드리 서울 갤러리입니다. 뉴욕과 런던 소호 느낌의 큐레이션도 알차고, 무엇보다 전시장내부가 의외로 널찍해서 매우 좋았던 갤러리. 철제와 화이트 톤을 기본 콘셉트로 한 내부 공간 설계가 맘에 들고, 화장실이나 기본 퍼실리티를 고객들에게 아이콘화해서 노출시키는 게 인상적이었습니다. 한남동 방문할 때마다 들르고 싶은 갤러리가 리움 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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