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후에 온 이상 호우라이켄을 지나치면 라멘 덕후가 아니지.

100년도 더 된 라멘집이 일본 전역에 얼마나 있으랴. 무려 연호가 메이지다. 쇼와는 명함도 못 내밀다니. 2시간 전부터 기다리는 나에게 사장님은 추우니 안으로 들어오라신다. 너무 감사해!

식당 덴조의 높이는 어마어마하다. 개방감이 대단!

영업이 시작되고 반원의 카운터석으로 안내받다.

기본 시나소바가 베이스인 완탕으로 주문한다.

연식 딱 한 번 할 배가 남았기에 나머지 사이드 메뉴를 피하자.

실내 식기나 조미료는 무척 청결하게 유지되고 있다.

멘마가 약간 붉은빛이 감돈다. 정말 특이하다. 기성형으로 보이는 멘마의 차별화를 둔 시나소바인가?

약간 달콤한 쇼유 스프는 토리가라에 니보시 베이스의 얌전한 스프다. 튐 없이 모든 토핑과 어우러지는 평화로운 맛!

완탕엔 고기가 들어가 있지 않지만 쫄깃하고 부들부들한 식감이 대박인데, 정말 저세상 맛이다! 이거 완탕메뉴가 따로 있는 게 이해가 된다.

무난한 중화면은 완탕에 비해 감동은 덜하다.

감동이 덜하긴. 결국 스프까지 전부 클리어. 굵은 나루토마키는 씹는 재미가 있고, 이치미를 넣으니 매콤함이 좀 더 맛을 끌어올려 먹기 편하게 해준다. 세련되지도 화려하지도 않지만 이런 오래된 면 요리를 즐길 수 있다는 자체가 영광이다.

한국에서 온 나에게 좋은 친절과 관심을 기울여주신 사장님! 아들에게 이젠 모든 전권을 주시고 모든 자신의 기술을 전수하고 계신 멋진 모습을 보고 감동을 받는다.

동북 몇몇 지역에서는 여전히 시나소바를 메뉴로 내놓긴 해도 지역의 고토치라멘의 색이 많이 느껴지는데, 오늘 경험한 이 시나소바는 정말 지금까지 즐긴 라멘의 종류와 다른 색다른 맛이었다. 덕후로서 참말로 기쁘네.

• 여행작가(旅行作家, Travel writer.)
• 저서(著書) : 라멘 먹으러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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