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영향 때문인지 어려서부터 냉면은 늘 매콤한 양념이 올라간 함흥냉면이었고 오장동이나 강남에 함흥냉면이 좋다는 데가 있으면 가족과 가서 맛보곤 했는데 평양냉면은 왜 먹는지 모르겠는 음식이었어서 태어나서 아주 예전에 무슨 맛인가 궁금해서 한 번인가 주문해서 맛봤었는데 역시나 왜 먹는건지 모르는 맛이었어서 그걸로 평양냉면은 끝이었고 다시는 만날 일이 없을 것 같았음.
그러다 망플을 하면서 냉면 리뷰들을 보면 거의 죄다 평양냉면뿐이어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즐기면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궁금해하면서도 막상 유명 평양냉면집에 가서도 결국엔 함흥냉면 위주로 시켰었는데 최근에 내 최애 걸그룹인 여자친구의 신곡과 안무가 좋아 유튜브에서 영상을 찾아보다보니 여자친구 멤버들이 예전에 한우전문점에 가서 한우를 맛있게 먹고 후식으로 냉면을 먹는데 다들 물냉면이길래, 물론 여자친구 멤버들이 특별히 평양냉면에 조예가 깊어서라기 보단 그냥 후식으로 먹는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었고 마침 며칠 전인가 YennaPPa님께서 익숙한 홍대입구역 근처의 LG팰리스빌딩 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여기 평안도 상원냉면에 대해 좋게 리뷰하셨길래 급당겨서 방문해 봄.
출발 전에 주차가 가능한지 문의를 하려고 전활하니 전활 받으신 사장님은 빌딩 지하에 주차가 가능하다면서 주차권에 스탬프를 찍어드리면 30분 무로주차가 가능하다고 얘길해주시는데 말투에서 이런 서비스 업종에 오랫동안 몸 담고 계셔서 몸에 밴듯한 상냥함이 말투에서 묻어나서 꼭 방문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차를 갖고 출발함.
지하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아마도 대부분의 경우 이런 식당가는 지하 1층쯤에 위치해 있는 경우가 많아 지하 2층에 올라가니 경비아저씨가 보이고 아저씨께 푸드코트를 문의하니 잘 모르시는 눈치셔서 상원동 평양냉면이라고 여쭤보니 경비아저씨 뒷편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된다고 얘기해 주심.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서도 기대했던 넓은 푸드코트는 보이지 않았고 조금 더 둘러보니 한 쪽 구석에 음식백화점이란 싸인이 보이길래 거긴가 보다 하고 그 쪽으로 향하니 마치 무슨 강당에 들어가는 입구처럼 보이는 데를 통해 들어가니 먼저 청국장이나 된장찌개 같은 막상 먹으면 맛있어서 잘 먹지만 냄새는 향긋하지 않은 그런 냄새가 나고 뭔가 기대했던 밝은 푸드코트의 분위기가 아닌 오래된 아파트 단지의 상가 건물 같은데 있는 좀 낡고 허름해 보이면서 심지어 닫은 가게가 더 많은 것 같은 공간엔 주변 직장인인 것 같은 손님들이 앉아 뭔가를 맛있게 먹고 있었고 평안도 상원냉면을 찾는데 안 보임.
푸드코트 제일 깊숙한 곳으로 걸어가니 사막에 오아시스처럼 가게 한 곳에 불이 켜있고 손님 몇 명이 그 가게 앞 테이블에 앉아 있었는데 거기가 내가 찾는 평안도 상원냉면이었음.
나중에 건물을 나와서 보니 홍대입구역 9번 출구를 나오면 보이는 KFC가 있는 건물이 LG팰리스빌딩인데 KFC 우측으로 돌아가면 건물 지하 1층으로 가는 계단이 보이고 그 쪽 입구로 들어가면 푸드코트 입구가 바로 보임.
푸드코트라고 부르기엔 좀 어색한 옛날 느낌의 공간에 처음엔 좀 낯설었지만 주방에 보이는 사장님은 전화에서 상냥함이 느껴졌던 그 사장님이 맞는 것처럼 보임.
원랜 녹두전과 평양냉면을 맛보고 싶어서 녹두전이 유명한지 여쭤보니 덜 자신있어 하시면서 냉면이 유명하다고 하시길래 녹두전은 기대에 못 미칠 것 같아 그냥 평양냉면과 만두(2개)를 부탁드림.
어느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YennaPPa님의 리뷰에서처럼 트레이에 스테인리스 스틸 그릇과 사기 그릇에 정갈하게 담겨져 주문한 음식이 나옴.
밑반찬으론 동치미 무와 숨이 죽은 백김치가 나오고 만두를 찍어 먹을 양념간장이 곁들여짐.
평양냉면을 알지 못하는 평알못이지만 일단 육수를 맛을 보니 맑지만 옅지 않아 확실히 느껴지는 육향이 좋고 옅게 시큼한 동치미 국물의 조합이 좋은건가 함.
평알못이라 차라리 육향이 강한 육수에 따로 동치미 국물을 주셨으면 더 좋았을까 함.
처음엔 육향이 좋은가 싶었지만 계속 먹을수록 육향보단 동치미 맛이 더 느껴지는데 육향의 감칠맛과 동치미의 좋은 산미가 왔다갔다하다보니 머리가 헤롱헤롱해지는 느낌임.
동치미 무나 백김치는 살짝 시큼하면서도 시원하고 인위적인 단맛이 없이 은은하게 뒤에서 느껴지는 단맛이 좋음.
면은 툭툭 끊어지는데 아직 평냉초보인지라 강원도 춘천막국수에서의 느낌이 더 좋게 느껴짐.
만두는 어떤 맛일까 기댈하면서 정갈해 보이는 양념간장에 찍어 맛을 보니 의외로 속이 좋거나 한 그런게 아닌 아무런 특징이 없는 시판 만두 느낌이어서 실망함.
냉면에 고명으로 들어간 소고기 편육은 육향이 진하면서 괜찮고 배도 시큼함은 1도 없이 아삭달달시원해서 좋은 배를 쓰시는구나 함.
전체적으로 내가 찾는 오너사장님이 혼을 불어넣어 정성스럽게 만든 맛난 음식을 합리적인 가격에 내놓는 가게인가 궁금해서 들러봤는데 여기서 멀지 않은 당인동 국수공장에선 정작 평양냉면은 맛보지 못했지만 전체적인 가게 분위기나 정갈함 등등 여러면에서 당인동 국수공장이 더 나은가 싶지만 그래도 막상 만나 본 여기 평안도 상원냉면의 평양냉면은 그동안 평양냉면을 많이 맛보진 않았지만 육향이 진한 편이어선지 YennaPPa님의 조언대로 확실히 그 중에선 제일 입맛에 맞는 느낌이었고 먹을때 보단 다 먹고 나서 나중에 혀에서 멤도는 감칠맛이 좋은 육향에 계속 입맛을 다시게 됨.
옛날 느낌 뿜뿜이라기 보단 뭔가 빛이 바래서 사라져 가는 느낌의 푸드코트에서 여전히 상냥하게 손님을 대하시면서 정성스럽게 음식을 준비하시는 사장님을 뵈니 뭔가 목이 매는 느낌이었어서 만두는 별로여서 다시 찾진 않을 것 같지만 근처에 왔을때 꼭 물냉면이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비빔냉면이 생각나면 들러서 맛보고 싶고 응원하고 싶은 생각이 든...
Read morethis place is place is located on B1 of the LG office building. there’s a small food court with several food stalls. it was veryyy cold eating down in the basement. this place serves decent pyongyang-style naengmyun but i wish the noodles were more chewy/al dente. but it’s cheap and the broth is decent. the sliced pork plate was a little overpriced for what you get and taste, though....
Read more고물가 시대인 요즘, 1만 원짜리 한 장으로 평양냉면을 즐길 수 있는 곳은 그저 귀하다. 좀처럼 홍대에 갈 일이 없어 계속 미루다 드디어 찾은 홍대 음식백화점 내 평양냉면집이다.
이 음식백화점에 관해선 듣기만 했지 초행길이라 살짝 길을 헤맸는데 아포칼립스 직전에 와있는 듯한 분위기가 새롭고 신선했다. 안쪽 깊숙이 들어가니 한 코너에 자리하고 있었다.
키오스크 주문부터 웬만한 건 다 셀프인 그야말로 푸드코트 시스템이며 접객이 불친절하다는 말이 많던데 딱히 그렇다곤 못 느꼈다. 응대랄 게 거의 없으나 오히려 살가운 편이었다.
평양냉면은 주문 즉시 면을 뽑아주기에 받는 데 시간이 좀 걸렸고 국물이 굉장히 차갑게 돼 나왔다. 국물 색이 되게 누레 특이했는데 먼저 들이켜보니 잔잔하면서 메밀 향이 강했다.
뒤에 짠맛이 탁 올라오거나 하지 않고 메밀 내음과 약간의 육향이 끝까지 이어졌다. 후루룩 마시기 좋았고 면은 순면이 아니라 적당히 탱탱하며 씹을수록 구수함이 솔솔 올라왔다.
가격이 괜찮길래 반 접시로 시켜본 냉제육은 다소 실망스러웠다. 고기와 부위는 좋은듯하나 서걱거리는 비계가 달갑지 않았고 살코기는 푸석푸석한 게 입에 찰지게 감겨들질 않았다.
연한 살결에 고소한 맛을 가진 양지 수육 고명이 오히려 나았고 다시 국물 이야기로 돌아오면 강한 감칠맛은 없었다. 다만 깔끔한 뒷맛에 슴슴함의 문턱을 안 넘어 개성이 있었다.
의도인지 고명으로 무김치가 안 올라가는데 찬으로 내줘 면에 올려 싸 먹으니 간이 딱 맞고 단조로움을 깨 포인트를 줬다. 메밀에 진심인 곳 같아 편육 빼고 순면을 먹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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